안예은 정규 5집 리뷰: 10년을 다시 쓴 앨범
정규 5집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안예은이 자신만의 연극적 색채를 지키면서 감정의 폭을 넓힌 작품입니다.

안예은의 정규 5집은 단순한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데뷔 10주년을 돌아보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타이틀곡 DENY를 앞세운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그의 지난 10년을 끈기와 피로, 깔끔한 해피엔딩을 약속하지 않는 이야기가 주는 묘한 위로로 엮어냅니다.
안예은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을 특별하게 만든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감정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변화는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오래 다듬은 기술에 가깝게 들립니다.
이 차이는 중요합니다. 짧은 활동 주기, 강한 비주얼 콘셉트, 플랫폼 화제성이 중심이 되는 K-pop 시장에서 안예은은 서사를 가장 큰 자산으로 삼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새 앨범은 그 방식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날카롭게 작동하는지 묻습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쌓은 10년
안예은의 커리어는 한 갈래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2016년 K팝스타5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한국적인 질감과 연극적 표현, 호러 모티프, 포크록의 긴장감, 전설이나 기억에서 걸어 나온 듯한 인물들을 음악 안에 쌓아왔습니다.
그래서 '장르가 안예은'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이는 독특한 음색에 대한 찬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사, 분위기, 보컬의 타격감을 곡의 동등한 구성 요소로 다루는 방식 자체를 설명합니다.
이번 앨범은 네 번째 정규 앨범 쉽게 쓴 이야기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개성이 강한 싱어송라이터에게 긴 공백은 위험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핵심 질문이 됩니다. 속도를 늦춘 아티스트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안예은은 휴식, 압박감, 계속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그 배경은 앨범 제목에 묘한 힘을 줍니다.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이라는 말은 겸손하게 들리지만, 동시에 조심스러운 자신감의 선언처럼 작동합니다.
다만 10주년이라는 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음악적 구조가 단단해야 의미가 살아납니다.
앨범의 구조
이번 음반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사실은 규모입니다. 앨범에는 17곡이 담겼고, 그중 9곡은 신곡이며 8곡은 미발매곡 또는 새로 녹음한 기존 곡입니다. 안예은은 작사와 작곡 전반에 이름을 올렸고, 이 구조는 앨범을 신보이자 자화상으로 만듭니다.
비율도 의미가 있습니다. 17곡이 모두 신곡이었다면 과하게 느껴질 수 있고, 회고 위주의 구성은 10주년을 채우기 위한 덧붙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신곡과 다시 손본 곡을 나란히 놓으면서 안예은은 자신의 과거가 끝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곡은 다시 배열되고, 더 날카로워지며, 새로운 불안 옆에 설 수 있습니다.
DENY는 앨범의 실질적인 중심축입니다. 묵직한 기타 사운드와 거부의 정서를 바탕으로 좌절, 회피, 상처를 외면하려는 인간의 습관을 끌어냅니다. 안예은의 곡으로서는 비교적 직접적이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배우 이정현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이 긴장을 스릴러의 영역으로 밀어 올립니다. 안예은의 좋은 곡들은 종종 영화처럼 들리고, DENY 역시 시각적 세계가 더해질 때 심리적 풍경을 달리는 추격전처럼 확장됩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가장 큰 성취는 분량이 아닙니다. 통제력입니다.
앨범이 잘해낸 것
이 앨범은 안예은 특유의 기묘한 개성을 무디게 만들지 않아서 힘을 얻습니다. 그의 보컬 색은 여전히 단단하고 살짝 연극적입니다. 단순한 구절에도 운명적인 기운을 입히는 악기처럼 쓰입니다. 이런 장점은 과하면 작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긴 공백은 어디에서 힘을 줘야 하는지 고르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앨범 제목도 감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밝은 구호가 아닙니다. 실망과 흥정하다가도 결국 계속 가보겠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의 회복력은 흔한 10주년 기념작보다 더 성숙하게 들립니다.
특히 효과적인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안예은은 휴식을 예술 노동의 일부로 다룹니다. 이번 앨범의 배경에는 드문 창작의 멈춤이 있고, 수록곡들은 번아웃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각을 알고 있습니다. 또 그는 장르적 요소를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도구로 씁니다.
이것이 독특한 앨범과 일관된 앨범의 차이입니다. 호러, 포크의 색채, 록의 무게, 연극적인 서사는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기 위해 쌓인 것이 아닙니다. 감정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순간에 선택됩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17곡 구성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특히 바이럴된 한 곡이나 OST의 기억으로 유입된 청자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안예은의 세계가 강한 작가성을 띠는 만큼 일부 전환은 밀도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밀도 때문에 서사의 단서를 따라 듣는 팬들에게는 다시 들을 이유가 생깁니다.
결국 이 앨범은 대중성과 작가성 사이의 균형 위에 서 있습니다.
지금 K-pop 안에서 중요한 이유
안예은은 한국 음악 생태계에서 의미 있는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그는 그룹 컴백이 주는 판타지를 팔지 않고, 카페 음악식 무색무취함 속으로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가치는 곡이 시작된 지 몇 초 만에 누가 쓴 음악인지 알게 만드는 힘에 있습니다.
그 작가성은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글로벌 K-pop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 말은 아이돌, 밴드, 솔로 가수, OST 보컬, 인디에 가까운 작가, 연극적인 퍼포머까지 포괄하게 됐습니다. 안예은의 정규 5집은 세련된 포장보다 선명한 목소리를 브랜드로 삼는 싱어송라이터에게도 시장의 자리가 남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점도 좋습니다. 앨범 발매는 6월 20일과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데뷔 10주년 콘서트 Double Celebration과 맞물립니다. 극적인 음악을 하는 안예은에게는 곧바로 라이브 검증대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이런 곡들은 관객 앞에서 불릴 때 실제 크기를 더 분명히 드러냅니다.
팬들의 반응은 이 앨범이 성장으로 들리는지, 반복으로 들리는지에 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구조만 놓고 보면 답은 정교하게 조율된 성장에 가깝습니다. 안예은은 자신을 알아보게 한 민속적이고 어두우며 서사가 강한 정체성을 버리지 않습니다. 대신 다듬고 넓히며, 피로까지도 소리의 일부로 끌어들입니다.
결론
그렇게 나쁘진 않을걸은 뻔한 함정을 피했기 때문에 강한 10주년 앨범이 됩니다. 안예은의 과거를 단순히 축하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과거를 압박해 아직 무엇이 움직일 수 있는지 묻습니다.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다소 까다로운 입문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예은의 연극적인 송라이팅에 이미 끌렸던 청자라면, 그의 영역이 왜 오래 지속됐는지 더 풍성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소리를 냅니다. 이번 앨범에서 그것은 한계가 아니라 핵심입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을 남겨주세요!
저작권자 © KEnterHu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focused on Korean music, film, and the global K-Wave. Reports on industry trends, celebrity profiles, and the intersection of Korean pop culture and international audiences.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