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을 놓지 못하는 이유

어떤 뮤지컬은 단 한 시즌만 공연되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설적인 포크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은 다르다. 이 작품은 총 600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하며 어느덧 일곱 번째 시즌에 돌입했으나, 여전히 거침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8월 23일까지 진행 중인 이번 공연은 지난 10여 년간 김광석의 노래가 지닌 가치를 증명해 왔다. 세대를 초월해 따스함과 애절함, 그리고 담백한 진솔함으로 사랑받는 그의 곡들이 단순한 음원을 넘어 무대 위에서도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출연진들이 KBS의 장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에 특별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덕분에, 가수의 영원한 유산을 기리는 폭넓은 문화적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요를 기반으로 구축된 냉전 시대 스파이 스릴러
드라마 그 시절의 설정은 서류상으로만 보면 지나치게 영리해 보일 정도다. 1992년,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수교를 앞두고 청와대 경호원인 정학(정해인 분)과 무영(이준 분)은 일급 비밀 경호 임무를 부여받는다. 협정이 체결되는 당일, 그들이 보호하던 미스터리한 여성과 무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30년이 흐른 뒤, 노년이 된 정학은 대통령의 딸이 자신의 경호원과 함께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 오래전 미제 사건의 발자취를 다시 쫓기 시작한다.
1992년과 2022년이라는 두 시간대는 극 전반에 걸쳐 병렬적으로 흐르며, 극 중에는 김광석의 상징적인 명곡들이 가득 채워진다.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같은 곡들은 단순히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경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인기 뮤지컬 엽기적인 그녀와 브라더 등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 겸 작가는 음악을 각 장면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 녹여냈다. 이를 통해 익숙한 선율이 때로는 대사가 전하지 못하는 정서적 무게를 담아내도록 설계했다.
현재 방영 중인 시즌 7에서는 12명의 출연진이 돌아가며 주연을 맡는다. 엄기준,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원칙주의자 정학 역을 분담하며, 박규원, 윤시윤, B1A4 산들, 유선호가 자유로운 영혼 무영 역을 연기한다. 미스터리의 중심이 되는 여성 역할은 이지수와 박새힘이 맡았다. 청와대 경호실장 역을 포함한 조연진에는 베테랑 배우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이 합류해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출연진 조합에 따라 팬들의 취향이 갈리기도 하지만, 이는 동일한 캐릭터를 각기 다른 해석으로 풀어내면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유지한 제작진의 역량을 증명한다.
대통령 경호원 이야기에 숨겨진 '오즈의 마법사'
세심한 관찰력을 가진 시청자라면 장 감독이 작품 곳곳에 심어둔 다층적인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상징들은 눈에 잘 띄지 않게 숨겨져 있기도 하다. 극 중 가장 서정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장면에서, 세 명의 주인공은 청와대 VIP 접견실에 임시 영화관을 꾸미고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관람한다.
이러한 선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신비로운 통역사, 즉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깊은 내면의 침묵을 간직한 채 타인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생각할수록 도로시의 동료들과 닮아 있다. 장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뇌를 원하는 허수아비, 용기를 원하는 사자, 그리고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 모두 결핍에 의해 정의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세 주인공 역시 그 캐릭터들처럼 각자의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며, "서로 연결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의 음악 또한 치밀한 고민 끝에 선택되었다. 장 감독은 결국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본 노래 '체리색 계절(Cerise no Kisetsu)'을 최종 선택했으며, 여기에 오즈(Oz)의 이미지를 덧입혀 김광석의 음악 세계를 관통하는 갈망과 희망을 동시에 환기했다. 그녀는 'Over the Rainbow'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핵심, 즉 영원히 손에 닿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을 향한 갈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출연진이 지상파 방송에서 선보인 무대
이번 달 KBS 2TV 불후의 명곡 763회에서는 뮤지컬 그날들과 김광석의 연결고리가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뮤지컬 제목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함께 노래하는 날'이라는 특집으로 꾸며진 이번 방송에는 뮤지컬 출연진 5명이 출연했다.
산달(B1A4), 이지수, 김정현, 최진혁, 박규원은 김광석의 곡들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백스테이지 영상에는 출연진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담겼다. 뮤지컬에서 청와대 주방장을 맡은 고창석은 공연 전 보컬 워밍업 대신 팔굽혀펴기를 한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전하며, 탄탄한 몸매를 가진 최진혁과 김정현을 향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6차례 우승을 차지한 산달은 동료들을 향한 승부욕을 공식 선언하듯 "진짜 근거 있는 자신감이 뭔지 보여주겠다"라고 외쳤다. 커리어상 처음으로 경연자로 나선 김정현은 겉보기보다 긴장된다며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으나, 산달은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며 즉각 자신감 있게 응수했다.
올해 초인 3월 14일, 해당 프로그램은 비투비 서은광, 전유진, 포레스텔라, 김동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김광석 30주년 기념 특집을 선보였다. 김동준은 개인적인 편지를 열창하며 해당 회차의 승자가 되었는데, 그는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제작진 전원을 동원해 무대를 꾸몄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이를 두고 마치 콘서트와 같은 규모의 퍼포먼스였다고 평했다. 이 두 에피소드는 일종의 '더블 트리뷰트(Double Tribute)'를 형성했다. 하나는 그의 음악으로 형성된 아티스트들의 넓은 스펙트럼을 통해 가수의 유산을 조명했고, 다른 하나는 매일 밤 무대 위에서 그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공연자들을 통해 그 유산을 바라봤다.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훈련하는 보디가드들
이번 시즌에서 가장 화제가 된 요소는 단연 출연진이다. 열성 팬들은 '근육'과 뮤지컬 제목을 합성하여 이들을 "근날들"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이 출연진들은 매일 밤 태권도, 검도, 아크로바틱을 포함한 정교한 무술 시퀀스를 수행하며, 대형 뮤지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이로운 신체적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러한 장면들이 표면적인 흥분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작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실제 대통령 경호처 요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중 한 답변이 그녀의 뇌리에 박혔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단정하게 차려입는다." 이 문장은 극 중 가장 사랑받는 명장면인 2막의 샤워 장면, 즉 경호원들이 긴 근무를 마치고 서로 웃으며 장난치는 장면 밑에 깔린 보이지 않는 복선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따뜻하고 유쾌한 앙상블 연극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인 이들의 무게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연의 커튼콜은 독보적인 명성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 그날들을 관람한 관객들은 출연진과 관객이 극장을 하나의 축제 현장으로 만드는 마지막 20분간의 경험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몸소 느껴야 한다고 표현하곤 한다.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라면 그 분위기에 맞게 충분한 목청을 준비해 갈 것을 권한다.
최근 작품의 이례적인 흥행 장기화에 대한 질문을 받은 장 감독은 그동안의 설명 중 가장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소재보다 중요한 것은 주제다. 10년, 20년 뒤에도 내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바로 이 뮤지컬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그날들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8월 23일까지 공연된다. 관람 연령은 8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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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rama & TV Correspondent · KEnterHub
Television and drama correspondent covering Korean series from first script reading to finale. Baek Seoyun tracks casting news, OTT release strategies, and the creative teams behind Korea's biggest shows, with a particular interest in how K-dramas travel to global aud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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