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미, 16년 만에 K팝의 두 번째 무대로
13세 SM 연습생에서 미스트롯4 준우승까지 — 그 여정이 드러내는 K팝의 산업 구조

2026년 4월 하순, 서울 장충단공원의 공연장이 가득 찼다. 무대 위 허찬미는 공연 도중 잠시 멈추더니 관객에게 이례적인 부탁을 했다. "허찬미에게 박수 한 번 주세요." 공연에 대한 갈채가 아니었다. 버텨준 자신에게 보내달라는 말이었다. 관객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박수로 응답했고, 그 소리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 자리의 모든 사람이 무엇을 위해 박수를 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찬미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걸어온 시간은 17년에 달한다. 열세 살에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된 것이 시작이었다. 소녀시대, 엑소, aespa를 배출한 그 회사였다. 그리고 지금, 2026년 TV조선이 방영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한 가수의 생존기인 동시에, K-팝이라는 시스템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을 걸러내는 시스템
허찬미가 SM엔터테인먼트에서 훈련을 시작한 것은 2004년경이었다. 그는 세계 음악 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프로세스 중 하나에 발을 들인 것이었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은 광범위한 연습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른 십대에 선발된 인재들을 노래·댄스·외국어·퍼포먼스에 걸쳐 몇 년씩 훈련시킨다. 이후 데뷔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다.
생존율은 가혹하다.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대형 기획사 연습생 중 실제 K-팝 그룹으로 데뷔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평균 연습 기간은 2~4년이며, 집중 준비 기간에는 하루 6~12시간의 훈련 일정을 소화한다. 한 달에 휴일이 2~4일에 불과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다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시스템 밖으로 나간다.
허찬미는 SM에서 약 5년을 보냈다. 소녀시대 최종 라인업 후보로 거론됐다는 이야기가 있고, 에프엑스 멤버 논의에도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그룹 모두 SM의 대표 걸그룹이지만, 그는 끝내 어느 쪽으로도 데뷔하지 못했다. 데뷔 기회에 거듭 다가서다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패턴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훨씬 흔한 일이다.
그는 2010년 코에드스쿨로 데뷔했다. 당시 K-팝에서 보기 드문 남녀 혼성 그룹이었다. 여성 유닛 파이브돌스는 싱글 '이럭쿵저럭쿵'으로 멜론 차트 100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두 프로젝트 모두 한국 음악 시장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로 이어질 만한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긴 무대 찾기
이후 허찬미는 또 다른 K-팝 제도권 구조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이다. 아이오아이를 배출하고 아이돌 제조 콘텐츠의 원형이 된 Mnet 〈프로듀스101〉, YG엔터테인먼트의 〈믹스나인〉 등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렸다. 대형 데뷔 루트 밖에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시청자 투표와 결합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재조명의 기회였다.
그러나 어느 것도 지속적인 커리어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건강 문제로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추는 시간이 찾아왔다. 2020년 7월, 솔로 아티스트로 복귀했을 때 음악 시장은 상당한 구조적 변화를 겪어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결국 그의 편이 됐다.
2021년, 허찬미는 트로트라는 장르에 도전장을 냈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 전통적인 멜로디 구조, 오래된 공연 관습에 바탕을 둔 한국 고유의 음악 장르다. 〈미스트롯2〉에 이어 2026년 〈미스트롯4〉에 출전해 우승자 이소나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트로트의 귀환, 그리고 모든 것을 바꾼 물결
트로트 장르의 부활은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업계적 변화 중 하나다. 한때 50대 이상 청중에게만 어필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깊은 문화적 뿌리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상업적으로 변방에 머물렀다. TV조선의 경연 프랜차이즈가 흐름을 바꿨다. 2019년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2020년 〈미스터트롯〉이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주류 세대로 파고든 것이다. 트로트는 대중 시청층으로 넓혀졌고, 이 프랜차이즈는 K-팝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제도적 경로를 열었다.
〈미스트롯4〉는 2026년 초에 방영됐으며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 방송 기준으로 이례적인 수치다. 우승자에게는 3억 원의 상금이 돌아갔고, 결선 진출자 전원에게는 실질적인 상업적 가치를 가진 무대가 주어졌다. 우승자 이소나는 즉시 전국 콘서트 투어의 헤드라이너가 됐고, 허찬미는 준우승자로서 전국 매진 공연을 함께했다.
트로트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시청률 추이는 장르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스터트롯〉의 2020년 최고 35.7%는 코로나19 시기의 시청 행태와 임영웅의 폭발적 인기가 맞물린 이례적 수치지만, 〈미스트롯〉 시리즈가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이 장르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시청자 층을 실질적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오뚝이'가 의미하는 것
팬들이 허찬미에게 붙인 별명 '오뚝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인내의 서사를 처리하는 방식을 압축한다. 번뜩이는 발견의 순간을 영웅화하는 서구 엔터테인먼트 서사와 달리, K-팝과 그 인접 장르들은 '보이는 투쟁의 궤적'에 대한 독특한 경의를 발전시켜왔다. 공개적이고 길며, 결국 인정받기까지 기록된 좌절로 가득한 아티스트의 여정이다.
허찬미가 관객에게 박수를 청한 장충단 공연장의 순간은 자화자찬이 아니었다. 관객이 실시간으로 함께 따라온 서사의 완성이었고, 박수는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대한 관객의 인정이었다. 그는 연습생 시절이 성공보다 어려운 순간으로 더 많이 채워졌으며, 실패를 딛고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이 결국 장충단 무대로 이끌었다고 직접 말했다.
두 번째 무대 이후
〈미스트롯4〉 이후 허찬미는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출연 등 방송 활동과 미스트롯4 콘서트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안착한 트로트 장르는 2019년 이전의 변방으로 되돌아갈 기미가 없다. 트로트는 한국 방송·스트리밍·라이브 공연 시장에 뚜렷한 존재감을 확립했으며, 경연 프랜차이즈가 매 시즌 시청자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더 넓게 보면, 허찬미의 궤적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구조적 현실을 드러낸다.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훈련된 퍼포머를 배출하는 이 구조에서, K-팝의 좁은 데뷔 기회를 놓친 아티스트들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른 무대를 찾는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은 그런 대안적 경로를 제도화했고, 17년의 경력이 짐이 아닌 자산이 되는 경쟁 구조를 만들어냈다.
장충단공원의 관객은 허찬미가 청한 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가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정이었다. 사람을 잃어버리는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잃어버려진 채로 있기를 거부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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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focused on Korean music, film, and the global K-Wave. Reports on industry trends, celebrity profiles, and the intersection of Korean pop culture and international aud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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