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n84, SBS에서 AI와 열애 중 — 한국 TV 지형이 바뀌었다
한국 최초 AI 데이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8월 방영을 앞두고, 이 형식이 제기하는 질문들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선다.

2026년 7월 20일, SBS가 한국 최초의 AI 데이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방영한다고 발표하자 연예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는 8월 첫 방송 예정인 '마이 AI 파트너 — 기안의 로맨스'는 단순한 홍보성 기획이나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예능인 기안84가 인공지능 파트너와 로맨틱한 관계를 형성하며, 실제 인간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것과 유사한 감정을 경험하는 과정을 담은 본격적인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이러한 설정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기존 한국 방송계가 시도했던 그 어떤 형식과도 차별화된다.
"인간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라는 프로그램의 핵심 질문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설정처럼 들린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는 실질적인 사회적 탐구 대상이다. 한국은 스마트폰, 금융 플랫폼, 가전제품, 고객 서비스 시스템 등 사회 전반에 AI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연결된 사회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통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어떤 한국 방송사도 AI를 인간관계의 중심에 두고 수백만 시청자에게 그 과정을 지켜보게 할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SBS가 마침내 그 문을 열었으며, 출연자로 기안84를 낙점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늘 경계를 넘어선 도전을 해온 한국 예능 TV
이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걸어온 길을 살펴봐야 한다. 2000년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예능 장르를 정의한 것은 패널 토크쇼, 코미디 스케치, 그리고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게임 경쟁이었다. 변화는 2013년경 관찰 예능 포맷이 몰려오며 규칙을 새로 쓰면서 시작되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연출된 재미보다, 카메라가 연예인의 일상을 단순히 따라가는 대본 없는 리얼리티, 즉 '날 것 그대로의 진정성'이 훨씬 더 강력한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2017년부터 나 혼자 산다의 고정 출연자로 합류한 기안84는 이러한 변화의 산물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 패션왕과 캠퍼스 커플로 잘 알려진 전직 웹툰 작가인 그는, 매끄러운 진행이 아닌 가감 없는 솔직함을 통해 예능계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그가 요리를 망치고, 무모할 정도의 열정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며, 세련된 TV 프로그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직설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후 MBC 예능대상까지 거머쥐었는데, 이는 전통적인 연예인 배경이 없는 인물로서 해당 프로그램에서 해당 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다. 그의 매력은 바로 '꾸며낼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나 혼자 산다가 확립한 관찰 예능 포맷은 이후 여행 예능, 셀러브리티 홈 다큐멘터리, 파격적인 연애 리얼리티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이러한 진화의 단계마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과 시청자의 열광이 교차했다. AI 데이팅 쇼는 그 연장선에 있는 다음 단계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이 장르가 걸어온 행보 중 문화적으로 가장 유의미한 도약이 될 수도 있다.
기존의 AI 기믹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동안 한국 예능에서 AI는 퀴즈 대결 상대, 퍼포먼스 협업자, 혹은 토크쇼의 답변 생성기 등으로 등장했다. 마이 AI 파트너가 기존 방식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프로그램의 중심에 놓인 '관계의 본질'에 있다. 출연자들은 AI와 대결하거나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AI를 향해 정서적 취약성을 드러낼 것을 요구받는다. 제작진에 따르면 기안84는 AI와의 데이트 과정에서 "설렘, 질투, 혼란, 그리고 후회"를 경험했다고 하는데, 이는 실제 연애에서 느끼는 감정의 어휘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발견은 듣는 것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레플리카(Replika)나 캐릭터.ai(Character.ai)와 같은 대화형 AI 동반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AI 상대와 진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여러 학술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대화형 AI에 사회적, 감정적 특성을 매우 빠르고 흔히 비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팅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수십 년간 이용해 온 심리적 역학이 이제 비인간 존재에게도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BS는 의도적이든 본능적이든, 이러한 현상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구축했다.
제작 구조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국에서 가장 통찰력 있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인 장도연은 이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녀는 AI 데이팅 경험에 직접 참여하는 동시에, 스튜디오 MC로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분석한다. 참여자이자 관찰자라는 이러한 구조는 해당 프로그램을 일반적인 리얼리티 포맷과 차별화하는 메타 인지적 층위를 형성한다. 제작진은 단순히 벌어지는 일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 내부에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계했다. 이는 프라임타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교한 편집적 선택이다.
스튜디오 MC인 강남과 이준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관점을 선보이며 패널 구성을 완성한다. 강남이 AI가 생성하는 관계 역학에 대해 날카롭고 분석적인 코멘트를 던진다면, 이준은 여과 없는 감정적 반응과 예측 불허의 해석을 내놓는다. 이러한 3인 MC 체제는 시청자들의 분열된 시각을 그대로 투영한다. 어떤 이는 냉철한 호기심으로, 어떤 이는 진심 어린 감정적 몰입으로, 또 어떤 이는 지상파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즐기기 위한 구경거리로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것이다.
한국 방송이 보내는 더 넓은 신호
포맷 자체를 넘어, 마이 AI 파트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의미심장한 신호를 보낸다. 한국은 초기 스트리밍 플랫폼의 도입부터 음악 발매 시 팬 참여 메커니즘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미디어 형태를 가장 먼저 실험하는 시장 중 하나였다. 이곳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단순히 기술적 트렌드를 뒤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이 이를 하나의 트렌드로 분류하기도 전에, 기술을 문화적 토대 속에 녹여낸다.
한국의 3대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SBS가 케이블 채널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직접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실은 그 의미를 더욱 증폭시킨다. 한국의 지상파 네트워크는 더 넓은 인구 통계적 도달 범위를 가지며, 포맷 결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 SBS의 AI 데이팅 쇼는 얼리어답터를 겨냥한 니치한 실험이 아니다. 이는 한국의 주류 엔터테인먼트가 AI와의 동반자 관계를 대중이 함께 탐구할 준비가 된 주제로 간주하고 있다는 선언이다.
타이밍 또한 중요한 의미를 더한다. 이 프로그램은 AI 관계에 대한 담론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시점에 첫선을 보인다. 정서적 의존성, 윤리적 동반자 관계, 그리고 AI 매개 환경에서의 애착의 본질에 관한 논쟁은 이제 학술지를 넘어 일상적인 대화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을 프라임타임 예능이라는 접근성 높은 포맷을 통해 탐구하려는 한국의 태도는, 한국이 AI와 불안하게 사투를 벌이는 문화가 아니라, AI의 복잡성을 대중 앞에 직접 마주하고 함께 살펴보려는 준비가 된 문화임을 보여준다.
다음 행보는 어디인가?
마이 AI 파트너 — 키안의 로맨스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유사한 포맷의 등장은 예견된 수순이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늘 그래왔다. 성공적인 포맷 실험은 곧 다양한 변주를 일으키며, 각 프로그램은 기존의 전제를 더욱 확장해 나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더욱 흥미로운 질문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작용 경계가 끊임없이 모호해지는 세상에서 '정서적 진정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보다 넓은 문화적 담론을 촉발할 수 있을지 여부다.
기안84는 단 하나의 자질, 즉 '느끼지 않는 감정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를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예능인 중 한 명으로 만든 이 자질은, 이제 그의 커리어 중 가장 이례적인 맥락 속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AI와의 데이트를 통해 나타나는 감정이 철학적 의미에서 과연 '진짜'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그 감정을 느끼고, 목격하며,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예능은 사회를 거울처럼 비출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해 왔다. 마이 AI 파트너는 그 거울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을 남겨주세요!
저작권자 © KEnterHu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enior Entertainment Correspondent · KEnterHub
Senior entertainment correspondent with a wide-angle view of Korean show business. Seung Jung covers celebrity news, variety television and award season, and writes the interviews and features that connect individual stories to the larger currents of Korean entertainment.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