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고아성, 생애 첫 무대 연기 도전

한국을 대표하는 두 스크린 배우,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체호프 고전으로 무대 데뷔

|수정됨|7분 읽기0
이서진·고아성, 생애 첫 무대 연기 도전

한국 관객들은 이서진과 고아성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연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드라마, 영화, 예능 출연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두 배우이지만, 연극 무대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처음'이 이제 시작됩니다.

4월 16일, LG아트센터 서울은 안톤 체호프의 연극 <바냐 삼촌> 첫 리허설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주연을 맡은 이서진과 고아성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합니다. 공개된 사진 속 두 배우는 각자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채, 서울 연극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공연 중 하나가 될 이 작품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두 배우의 팬이라면 이번 발표가 각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스크린 스타의 연극 데뷔는 국내에서도 드문 일인 데다, 명망 있는 연출가와 체호프의 가장 오래된 명작이 만난다는 사실이 이번 공연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체호프

<바냐 삼촌>은 1899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연극사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체호프의 천재성은 '말하지 않는 것'에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켜켜이 쌓인 실망, 엇갈린 인연, 그리고 조용히 불가능해진 꿈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폭발적인 사건이나 갑작스러운 반전이 아니라, 저마다 다른 속도로 상상했던 삶이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현대 한국 관객에게 그 무게감을 온전히 전달하려면 창작 방향이 중요합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각색과 연출을 손상규 연출가에게 맡겼습니다. 2024년 <타인의 삶>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로 자리잡은 그에게, <바냐 삼촌>은 처음으로 대극장 연출을 맡는 작품입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2024년 <벚꽃동산>과 2025년 <헤다 가블러>에 이어 이번 공연까지, 체호프 계열의 작품을 세 편째 선보이게 됩니다. 유럽 고전 드라마를 현대 한국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뚜렷한 예술적 정체성을 구축해온 이 극장에서, <바냐 삼촌>은 역대 가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크린의 아이콘, 무대에 서다

이서진은 연극의 중심 인물이자 가장 복잡한 내면을 지닌 바냐 역을 맡았습니다. 바냐는 수십 년 동안 죽은 처남의 영지를 관리하며 자신의 꿈과 욕망을 희생해온 인물입니다. 냉소적이고 자신의 실패를 냉철하게 인식하면서도 진솔한 감정을 품고 있어, 깊이 공감되면서도 때로는 당혹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리허설 사진 속 이서진은 절제된 긴장감으로 역할에 접근하고 있으며, 제작진은 이를 '의도적인 억제'라고 표현했습니다. 인물의 좌절이 즉각 분출되기보다 내면에 켜켜이 쌓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 하는데, 이는 체호프가 이 역할을 구상한 방식과도 일치합니다. 클로즈업으로 미세한 표정 변화를 잡아낼 수 있는 영상 연기와 달리, 무대에서는 모든 것이 더 멀리, 더 크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고아성은 바냐의 조카딸이자 이 연극의 조용한 도덕적 중심인 소냐 역을 맡았습니다. 소냐는 낭만적 꿈, 가족 간의 바람, 개인적 소망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을 간직한 인물입니다. 진정한 따뜻함과 진정한 슬픔을 동시에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연극사에서 가장 아름답게 쓰인 역할 중 하나입니다.

공개된 예고 자료에 따르면 고아성은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소냐'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비극적 낭만주의자가 아닌, 돌봄을 멈추지 않는 강인한 내면의 여성으로서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괴물>을 비롯한 국제적으로 호평받은 작품들에서 쌓아온 섬세한 감정 표현 능력이 무대에서도 강력하게 발휘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대를 위해 모인 캐스트

이서진과 고아성의 스타파워가 큰 주목을 받겠지만, 이 공연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어쩌면 앙상블 전체일지도 모릅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고전극 경험이 풍부한 연극 베테랑들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영화배우와 동명이인인 연극배우 김수현은 국내 주요 극장에서 <리처드 2세>와 <햄릿>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탁월한 깊이와 기술적 정밀함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조영규는 제61회 동아연극상 연기상 수상자입니다. 존경받는 연극 집단 양손프로젝트의 핵심 멤버 양종욱은 오랜 앙상블 경험을 이번 공연에 불어넣습니다. 이화정, 민윤재, 변윤정까지 총 8인의 배우 전원이 언더스터디 없이 무대에 오릅니다.

창작진도 이 수준에 걸맞습니다. 무대 디자인은 김종석, 조명은 김형연, 음향은 예술가 Kayip이 맡았으며, 이들은 모두 손상규 연출과 함께 작업해온 협력자들입니다. 의상 디자인은 김환이 담당합니다.

이 데뷔가 갖는 의미

한국에서 스크린 스타의 연극 데뷔는 늘 특별한 관심을 받습니다. 영상 연기가 무대의 요구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뒤섞이는 것이죠. 두 형식은 기술적으로 명확히 다릅니다. 무대 연기는 시간, 관객, 그리고 표현의 도구로서 몸 자체와의 관계를 영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요구합니다.

이서진과 고아성 모두에게 데뷔 작품으로 <바냐 삼촌>을 선택한 것 자체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이것은 스크린 배우를 무대에 쉽게 안착시키기 위한 접근성 높은 흥행작이나 뮤지컬이 아닙니다. 고전 레퍼토리에서 가장 심리적으로 도전적인 작품 중 하나이며, 명확한 예술적 정체성을 가진 연출가가 주요 극장에서 선보이는 공연입니다. 두 배우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무대에 선다면, 제대로 서겠다는 것입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이 체호프 대표작에 두 명의 스타를 캐스팅한 결정은, 스크린과 무대의 경계를 넘어 진지한 드라마의 관객층을 넓히려는 한국 연극계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이번 캐스팅 발표에 대한 초기 반응을 보면, 이 공연에서도 충분히 그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연 일정과 관전 포인트

<바냐 삼촌>은 2026년 5월 7일부터 3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의 LG SIGNATURE홀에서 공연됩니다. 이 공간은 센터에서 가장 크고 기술적으로 정교한 공연장입니다. 러닝타임은 약 2시간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정확한 시간은 개막에 가까워지면 확정됩니다.

4월 16일 공개된 리허설 사진을 보면, 이 작품은 시대 의상을 걷어낸 절제된 현대적 미학을 갖추고 있습니다. 체호프의 통찰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지요. 블로킹 역시 화려한 무대 장치에 기대지 않고 배우와 텍스트를 믿는 연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초기 드라마 작품부터 최근 예능 활동까지 이서진의 커리어를 지켜봐온 분이라면, 혹은 한국 영화의 까다로운 역할들에서 고아성이 선보인 조용한 위엄에 감탄해온 분이라면, 체호프 원작과 손상규 연출, 그리고 두 배우의 라이브 무대를 한자리에서 보게 된다는 것은 기대를 넘어선 설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무대는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 두 배우도 준비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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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Chulwon
Park Chulwon

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focused on Korean music, film, and the global K-Wave. Reports on industry trends, celebrity profiles, and the intersection of Korean pop culture and international aud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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