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K-pop이 끝내 깨지 못한 영국 시장의 문을 열다 — 열쇠는 'APT.'였다
역사적인 브릿 어워드 수상으로 BLACKPINK 로제가 방탄소년단, BLACKPINK, 페기 구도 넘지 못한 벽을 허물었다 — 숫자가 말해주는 영국 음악 시장의 변화

2026년 2월 28일, 영국 맨체스터 Co-op Live 아레나. 로제가 브릿 어워드 무대에 올라 K-pop 아티스트로서 전례 없는 일을 해냈다. 수상이다. 후보 지명도, 누군가의 수상 소감에서 언급된 것도, 객석에 앉아 박수만 친 것도 아니다. 영국 음악 산업이 해외 아티스트에게 건네는 최고의 인정, 진짜 브릿 어워드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 'APT.'가 올해의 인터내셔널 송 부문을 거머쥐며,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Fate of Ophelia', 사브리나 카펜터의 'Manchild' 등 쟁쟁한 13곡을 물리쳤다. 이 순간의 의미는 단일 시상식을 넘어선다. 서양 음악 시장에서 K-pop이 마지막까지 넘지 못했던 가장 완고한 장벽이 무너졌다.
영국 시장은 왜 다른 어떤 시장보다 중요했나
로제의 브릿 어워드가 왜 이토록 무게감이 큰지 이해하려면 글로벌 팝 음악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미국은 몇 해 전부터 K-pop에 문을 열었다. 방탄소년단이 2020년 빌보드 핫 100 1위에 데뷔했고, 이후 여러 한국 아티스트가 꾸준히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거대하고 알고리즘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 시장은 K-pop의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과 열정적인 팬덤에 호응했다. 그런데 영국은 달랐다.
영국 음악 산업에는 수십 년간 문화를 수출해온 데서 비롯된 깊은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다. 비틀즈부터 아델까지, 영국은 스스로를 음악의 발신지로 여겨왔지 수입국으로 본 적이 없다. 1977년 영국음반산업협회(BPI)가 창설한 브릿 어워드는 이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해외 부문이 존재하지만, 전통적으로 서양 팝, 라틴 크로스오버, 간혹 아프로비트 돌풍에 우호적이었을 뿐이다. 아시아 팝은 아예 대화의 주제가 되지 못했다.
숫자가 K-pop의 오랜 고전을 말해준다. 방탄소년단은 2021년과 2022년 올해의 인터내셔널 그룹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두 해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BLACKPINK가 2023년에, DJ 페기 구가 2024년 올해의 인터내셔널 송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4년 연속 K-pop 후보 지명, 단 한 번의 수상도 없는 기록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APT.'의 숫자가 말해주는 것: 이 곡은 왜 달랐나
이전 K-pop의 브릿 어워드 후보작들은 팬덤 동원력과 스트리밍 수치로 후보에 올랐다. 'APT.'는 본질적으로 다른 요소, 바로 메인스트림 침투력으로 승부했다. 이 곡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2위에 오르며 1년 넘게 차트에 머물렀다. 팬들의 조직적 스트리밍 캠페인이 아니라 일반 영국 청취자들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음악 산업이 정당성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이 차이는 대단히 크다.
글로벌 통계는 압도적이다. 'APT.'는 빌보드 핫 100에 45주간 머물며 K-pop 트랙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고, 최고 순위 3위를 달성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선정 2025년 글로벌 베스트셀링 싱글 1위를 차지했다. 비영어권 가사가 포함된 곡이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사상 최초였다. 스포티파이에서 100일 만에 10억 스트리밍을 돌파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2025년 9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고,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리드 아티스트 자격으로 이 핵심 부문에 후보 지명된 K-pop 트랙은 'APT.'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 미국에서의 화려한 성과 어느 것도 단독으로 영국 시장을 뚫지 못했다. 영국 시장을 연 것은 곡 자체의 힘이었다. 한국의 아파트 술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후렴을 기반으로 한 'APT.'는 크로스컬처 팝 음악에서 드문 성취를 이루었다. 한국 문화적 레퍼런스를 설명 없이 글로벌 이어웜으로 만든 것이다. 영국 청취자들은 그 게임을 몰라도 됐다. 멜로디가 모든 것을 해냈다. 브루노 마스의 참여가 초기 가교 역할을 했지만, 영국 차트에서 12개월을 버틴 원동력은 로제의 보컬 존재감과 곡의 거부할 수 없는 훅이었다.
로지 이펙트: 그룹을 넘어선 솔로 커리어의 궤적
로제의 브릿 어워드 수상은 K-pop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개인 커리어 궤적 중 하나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2021년 데뷔 싱글 앨범 R을 발매했을 당시, 로제는 제한적인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BLACKPINK 멤버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K-pop 그룹 멤버의 정석적 행보였다. 첫 주 판매량 448,089장은 당시 한국 여성 솔로이스트 역대 최고 기록이었지만, 서사의 중심은 여전히 'BLACKPINK가 먼저, 로제는 그다음'이었다.
전환점은 2024년에 왔다. 로제는 매니지먼트사로 더블랙레이블과, 솔로 음반 계약으로 애틀랜틱 레코드와 손을 잡았다. 이 행보는 그룹이 허락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진정한 솔로 독립을 선언한 것이었다. 정규 앨범 rosie는 빌보드 200 3위로 데뷔하며 102,000 유닛을 기록했고, K-pop 여성 아티스트 역대 최장인 27주간 차트에 머물렀다. 빌보드는 그를 2025년 글로벌 아티스트 1위로 선정했다.
이 숫자들은 그룹 인프라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다. 개인적 이야기, 어쿠스틱한 감수성, 전략적인 서양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K-pop 생태계 너머까지 울림을 전한 독자적 창작 정체성을 구축한 아티스트가 이뤄낸 성과다. 브릿 어워드 수상 소감에서 로제는 이 이중성을 분명히 보여줬다. BLACKPINK 멤버 제니, 지수, 리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감사하며 불렀고, 이어 브루노 마스와 더블랙레이블의 테디 박에게 감사를 전했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룹에 대한 자부심을 간직하면서도, 홀로 강력한 무언가를 세워냈다는 것.
이것이 유럽 K-pop 시장에 여는 가능성
브릿 어워드 수상은 K-pop의 유럽 발자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지만 고르지 못한 시점에 이루어졌다. 콘서트 투어는 유럽 전역에서 매진된다. K-pop 아티스트가 런던에서 파리까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선다. 그러나 유럽 주요 음악 시상식 수상이라는 제도적 인정은 눈에 띄게 부재했다. 브릿 어워드는 그중 가장 두드러진 마지막 보루였다.
로제의 수상은 단순히 문을 연 것이 아니다. 선례를 만들었다. 이후 브릿 어워드에 오르는 K-pop 후보들은 더 이상 '후보만 오르고 수상은 못 하는' 암묵적 꼬리표를 달지 않아도 된다. 투표자에게도, 아티스트에게도 심리적 장벽이 사라졌다. 더 중요한 것은 'APT.'가 영국 시장에서 통하는 구체적 공식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스트리밍에서 라디오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통과하고, 펍과 아침 방송에서 흘러나오며, 팬덤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적 배경음이 되는 곡이다.
한국 술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가 영국 차트에 1년 넘게 머무를 때, 대화의 주제는 더 이상 'K-pop이 영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가'다.
한국 음악 산업에 대한 더 넓은 함의도 크다. 영국은 단순한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유럽 전체를 향한 문화적 관문이다. 영국 라디오 방송 횟수, 영국 차트 순위, 영국 시상식 수상은 유럽 대륙에서 음악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비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로제 선반 위의 브릿 어워드 트로피는 독일 라디오 편성자에게, 프랑스 플레이리스트 큐레이터에게, 스칸디나비아 페스티벌 부킹 담당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K-pop이 역사적으로 유럽 팝 음악 의제를 설정해 온 그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앞으로의 길: 예외에서 당연한 존재로
이제 남은 질문은 로제의 수상이 일회성 돌파에 그칠 것인가, K-pop의 브릿 어워드 지속적 존재의 시작이 될 것인가다. 역사를 보면 신중해야 한다. 음악에서 개인의 크로스오버가 장르 전체의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세계를 휩쓸었지만 서양 시상식에서 K-pop에 지속적인 문을 열어주지는 못했다. 이번에 다른 점은 구조적이다. 'APT.'는 신기한 히트곡이 아니었다. 빌보드 선정 글로벌 아티스트 1위가 부른 글로벌 싱글 1위, 풀 앨범 캠페인과 메이저 레이블 유통, 1년간의 지속적 차트 성과가 뒷받침한 곡이다. 토대의 깊이가 다르다.
로제 본인도 이미 그 토대 위에서 구축을 이어가고 있다. 리바이스 글로벌 앰배서더 캠페인은 2026년 슈퍼볼 기간에 공개됐고, 푸마 스니커 컬래버레이션은 3월에 출시됐다. 이것들은 K-pop 전용 브랜드 딜이 아니다. 서양 팝스타와 나란히 서는 메인스트림 패션·라이프스타일 파트너십이다. 이 모든 행보가 브릿 어워드가 결정화한 궤적을 강화한다. 로제는 크로스오버에 성공한 K-pop 아티스트가 아니다. 한국인이기도 한 글로벌 팝스타다.
크로스오버와 자연스러운 소속감 사이의 이 차이. 이것이 로제의 브릿 어워드를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 100 첫 1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K-pop 이정표로 만드는 지점이다. K-pop이 영국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만 증명한 게 아니다. 그 카테고리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영국 음악 산업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 한국 문화적 레퍼런스에 기반하고, 한국계 호주인 아티스트가 부르고, 한국 레이블과 계약한 곡에 상을 줄 때, K-pop이 '메인스트림' 서양 팝과 별개의 경쟁 영역에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로제는 브릿 어워드를 수상한 것이 아니다. 그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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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specializing in K-Pop, K-Drama, and Korean celebrity news. Covers artist comebacks, drama premieres, award shows, and fan culture with in-depth reporting and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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