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2025에 선 트와이스 — K팝 걸그룹 최초 런웨이 퍼포먼스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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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2025에 선 트와이스 — K팝 걸그룹 최초 런웨이 퍼포먼스가 의미하는 것

트와이스가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런웨이에 올랐다. K팝 걸그룹으로서는 역대 최초다. 나연, 모모, 지효, 쯔위 4명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 스타이너 스튜디오에서 무대를 펼쳐 미시 엘리엇, 카롤 G, 매디슨 비어와 함께 관객들 앞에 섰다. 선보인 곡은 'This Is For'와 'Strategy(feat. 메건 디 스탤리언)'. 트와이스가 10주년 앨범 'TEN: The Story Goes On'을 발매한 지 열흘 만에 이뤄진 이번 무대는, 지난 10년간 K팝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주류 시장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온 그들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장면이었다.

역사적 맥락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서는 블랙핑크의 리사가 K팝 아티스트 최초로 런웨이에 올랐다. 그것이 개인 단위의 첫 도전이었다면, 올해 트와이스의 무대는 그룹 단위로의 전환을 뜻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록 갱신이 아니라, K팝 아티스트들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퍼포머 선정 기준에서 이제 '희귀한 특별 게스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K팝과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의 접점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되다 저조한 시청률과 포용성 논란 속에 중단됐다. 2024년 부활한 쇼는 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퍼포머를 기용하고, 브랜드 타깃층이 6년 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의식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그 첫 K팝 입성자가 바로 리사였다. 이미 서구 시장에서 강력한 개인 팬덤을 구축한 글로벌 솔로 아티스트로서 선발된 것이다.

트와이스의 2025년 선발은 리사와는 다른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블랙핑크 리사는 유튜브 조회수 수억 건과 글로벌 차트 진입을 발판 삼아 서구 시장에서 독자적인 인지도를 쌓은 솔로 아티스트다. 반면 트와이스는 9인 그룹으로, 팬덤 원스가 주도하는 북미 앨범 구매력을 통해 빌보드 200 톱10에 7연속 진입하는 상업적 성과를 이뤄냈다. 빅토리아 시크릿 측이 트와이스를 2025년 퍼포머로 선택한 것은, 스트리밍을 넘어선 실물 구매 기반의 팬덤 파워를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곡이 말해주는 것

트와이스의 세트리스트 — 'This Is For'와 'Strategy(feat. 메건 디 스탤리언)' — 는 의도된 한 쌍이다. 'This Is For'는 2025년 7월 발매한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원스를 향해 내놓은 곡이자 빌보드 200 7연속 톱10 진입을 견인한 트랙이다. 'Strategy'는 메건 디 스탤리언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트와이스 기존 팬층과 일부만 겹치는 미국 힙합 청중을 겨냥한 가장 서구 친화적인 선택이다. 두 곡을 함께 부름으로써 트와이스는 10년을 함께한 팬을 위한 음악과,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음악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대부분의 K팝 아티스트가 접근하기 어려운 배포 채널을 제공한다. 미국 지상파 방송과 함께, 패션·연예 매체들이 단순한 프로모션 행사가 아닌 '문화적 사건'으로 다루는 후속 보도 주기가 따라온다. 이 무대가 'Strategy'의 미국 스트리밍 성과로 이어질지는 이후 몇 주가 지나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트와이스가 이제 그런 기회를 스스로 쫓는 게 아니라 브랜드 측에서 먼저 선택받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사실이다.

상업적 의미는 방송 자체를 넘어선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는 역사적으로 방영 후 수주 동안 패션·엔터테인먼트·일반 관심 매체에서 지속적인 보도를 이끌어왔다. K팝의 전형적인 미디어 생태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노출 채널이다. 트와이스가 개별 멤버의 솔로 활동이 아닌 그룹 단위로 이 채널에 진입했다는 것은, K팝 비팬 청중이 K팝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개성 넘치는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그룹으로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데뷔 10주년에 선 트와이스

이번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는 'TEN: The Story Goes On' 발매 닷새 후에 이뤄졌다. 우연이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트와이스는 10주년을 단 하나의 캠페인이 아닌, 연속된 순간들로 구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념 앨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세계 투어 — 각각의 요소가 팬층의 서로 다른 지점을 건드리고, 각기 다른 차원의 주류 문화 인정을 향해 나아간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특수성은, K팝의 전형적인 미디어 인프라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음악 방송, 빌보드 차트, 스트리밍 알고리즘은 K팝 팬덤이 활성화하는 방법을 잘 아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관객에는 한국 차트 사이클을 따라가지 않고, 조직적인 스트리밍 캠페인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포함돼 있다. 쇼가 만들어내는 패션·엔터테인먼트 교차점을 통해 트와이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오늘 밤 공연 이후 몇 달에 걸쳐, 그 중 일부가 진성 팬으로 전환될지 여부는 흥미롭게 지켜볼 데이터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데뷔 10년, 앨범 제목이 말하듯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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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Hojin
Jang Hojin

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specializing in K-Pop, K-Drama, and Korean celebrity news. Covers artist comebacks, drama premieres, award shows, and fan culture with in-depth reporting and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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