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Y 6년 전 수록곡 '댓츠 어 노노', 어떻게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나
2020년 묻혔던 수록곡이 콘서트 안무 하나로 4천만 뷰 돌파…K-팝 역주행 혁명의 단면

6년 전, ITZY(있지)는 미니 2집 IT'z ME의 수록곡으로 'THAT'S A NO NO'를 발매했다. 음악 방송 무대는 없었다. 차트에 오르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리스너에게 이 곡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2026년 2월, ITZY가 서울 TUNNEL VISION 월드투어에서 이 곡의 신규 안무를 처음 공개하자, 불과 몇 주 만에 SNS 조회수 4천만 뷰를 돌파하며 최근 타이틀곡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 속도로 차트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댓츠 어 노노'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곡의 예상 밖 부활에 그치지 않는다. 콘서트와 알고리즘, 그리고 신곡보다 옛 음악에 점점 더 손이 가는 대중의 취향이 K-팝 산업의 카탈로그 활용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시간이 잊은 곡
2020년 3월 9일 IT'z ME가 발매됐을 때, 세상의 관심은 리드 싱글 'Wannabe'에 쏠려 있었다. 이 곡은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골드 인증을 받으며 ITZY의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트랙리스트 안쪽에 묻혀 있던 '댓츠 어 노노'에는 프로모션 무대도, 뮤직비디오도, 안무도 없었다. 업계 모든 기준으로 보면 앨범 채우기용 곡이었다.
ITZY는 그 뒤로도 꾸준히 성과를 쌓아 올렸다. Crazy in Love는 빌보드 200 11위로 데뷔했고, Checkmate는 첫 밀리언셀러 앨범이 됐다. 2025년 9월에는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 다섯 멤버 전원이 JYP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 음악 방송 1위 42회라는 4세대 최다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단 하나, 한국 주요 음원 차트 1위만은 이루지 못했다. 데뷔곡 'Dalla Dalla'가 멜론 2위까지 올랐던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벌어진 일이 더 의미심장하다.
무대가 곡을 다시 쓸 때
2026년 2월 13일, ITZY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TUNNEL VISION 투어 서울 3연속 공연을 시작했다. 셋리스트 중반, '댓츠 어 노노'의 완전히 새로운 안무가 공개됐다. 날카롭고 당당한 동작과 중독성 강한 훅이 만나 순식간에 바이럴을 일으켰고, 팬들이 촬영한 영상은 몇 시간 만에 퍼져나갔다.
ITZY의 사례가 일반적인 SNS 역주행과 다른 점은 그 촉발점이다. 마케팅팀이 기획한 틱톡 챌린지도 아니었고, 알고리즘의 우연도 아니었다. 라이브 콘서트 현장이라는 날것 그대로의 순간, 누구도 본 적 없는 안무를 보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확산시킨 결과였다.
3월 10일 기준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 합산 조회수가 4천만을 넘어섰다. 팬들은 이 현상에 '대추 노노'라는 애칭을 붙이며 국내 스트리밍 차트에서도 꾸준히 순위를 올려갔다. 3월 12일에는 Mnet이 3월 19일 방송 '엠카운트다운'에서 ITZY가 '댓츠 어 노노' 무대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 곡의 첫 음악 방송 무대다.
옛 노래가 신곡인 시장
ITZY의 역주행은 한국 음원 차트가 조용한 혁명을 겪고 있는 시점에 일어났다. 써클차트 데이터 저널리스트 김진우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디지털 차트 톱400 중 최근 18개월 이내 발매곡 비율이 45.9%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되는 음악의 절반 이상이 '신곡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근거는 곳곳에 있다. 카더가든의 2021년 곡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가 2026년 초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임현정의 2003년 발라드 '사랑은 봄비처럼…이별은 겨울비처럼…'은 32위로 재진입했다. 에픽하이의 거의 20년 된 'Love Love Love'도 학생들 사이에서 퍼진 댄스 챌린지 덕에 34위까지 치솟았다. 타블로 본인도 차트 알림을 받고 오류인 줄 알았다가, 딸이 학교에서 유행이라고 알려줘서야 믿었다고 한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 변화를 여러 요인의 수렴으로 본다. SNS가 잊힌 콘텐츠를 되살리는 능력, 최신성보다 반응을 보상하는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아마도 가장 본질적인 이유로, 신곡 히트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검증된 곡을 전략적 순간에 부활시키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됐다는 점이다.
ITZY에게, 그리고 업계에 의미하는 것
ITZY에게 이 상황의 의미는 각별하다. 7년간 꾸준한 활동, 음방 1위 42회, 밀리언셀러 앨범, 빌보드 200 진입에도 한국 주요 음원 차트 1위는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Dalla Dalla'가 2019년 멜론 2위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이후 'Wannabe'부터 'Sneakers'까지, 모든 타이틀곡은 그 아래에 머물렀다.
아이러니는 날카롭다. 2020년에 프로모션 한 번 받지 못한 수록곡이 수년간의 정교하게 기획된 컴백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팬 커뮤니티는 이 가능성에 열렬히 결집하고 있다. '댓츠 어 노노'는 단순한 곡을 넘어 ITZY의 차트 숙원을 대리하는 상징이 됐다.
3월 19일 '엠카운트다운' 무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음악 방송 출연은 역사적으로 스트리밍 상승을 동반하며, 이 프로모션 모멘텀이 ITZY에게 말 그대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할 힘을 줄 수도 있다.
콘서트, 디스커버리 엔진이 되다
'댓츠 어 노노'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스트리밍 시대 라이브 공연의 역할 변화다. 사전 티저, 계산된 SNS 전략, 알고리즘 플레이리스트가 지배하는 산업에서, ITZY의 바이럴 순간은 철저히 아날로그적인 것에서 탄생했다. 다섯 명의 퍼포머가 무대 위에서 아무도 본 적 없는 안무를 선보이고,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그 순간을 포착해 확산시킨 것이다.
이는 콘서트가 단순한 수익원이나 팬서비스 행사가 아니라 진정한 음악 발굴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묻혀 있던 곡이 부활하고, 카탈로그 트랙이 새 청중을 만나며, 발매일과 문화적 영향력 사이의 시차가 무의미해지는 곳. 수년치 미공개 안무와 미공연 수록곡을 보유한 K-팝 그룹들에게 ITZY가 교과서를 쓴 셈이다.
'댓츠 어 노노'가 ITZY의 7년 숙원인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차트가 어디에서 멈추든, 이 곡은 이미 더 의미 있는 것을 증명했다. 2026년에 6년 된 앨범 수록곡이 K-팝 최고의 프로모션을 받은 신곡들과 경쟁하고, 어쩌면 능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규칙은 애초에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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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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