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드라마를 연출하다, 김성균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MBC '놀면 뭐하니?'가 선보인 유재석의 혼돈의 감독 데뷔, 베테랑 배우들도 진지함을 잃었다

김성균은 대한민국 최고의 캐릭터 배우 중 한 명으로, 아카데미 수상작에서 열연한 배우다. 그런 그가 유재석의 감독 데뷔작 대본 리딩 자리에 앉자마자 대사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건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순간은 한국 예능 역사상 가장 혼돈스럽고 유쾌한 단막 드라마 제작기의 서막이었다.
5월 9일 방송된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328회는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뺏기로 했다(이하 '동훔내여다빼')라는 단막 드라마의 탄생을 담았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처음으로 카메라 뒤에 선 유재석이 있었고, 경험 많은 배우진은 자신들이 무엇에 뛰어든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예능 역사상 가장 혼돈스러운 단막 드라마 제작기
드라마의 설정 자체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동생이 형의 여자친구와 회사 상속권을 가로챈다.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이 돌아와 모든 것을 되찾으려 한다. 전형적인 주말 막장 드라마를 단막 형식으로, 하루 만에, MBC 일일드라마 첫 번째 남자의 세트장을 빌려 촬영한다는 설정이었다.
제작 환경은 그야말로 숨 막혔다. 오후 5시까지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다. 4회 분량의 영상을 단 하루 만에 찍어야 했다. 케이터링 차량도 없어 배우들이 각자 도시락을 싸왔다. 여기에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은 AI 생성 콘텐츠로 대체하겠다는 유재석의 태연한 선언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재석이 꾸린 캐스트가 이 모든 것을 빛나게 했다. 베테랑 배우 김석훈과 김성균이 두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김석훈은 모든 것을 잃는 남자를, 김성균은 절대 잃지 않겠다는 남자를 맡았다. 여주인공 캐스팅은 막판에 급변했다. 본래 허인옥 역—두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팜므파탈—에는 김원희가 내정됐으나 스케줄 문제로 무산됐다. 유재석의 해결책? 허경환을 여장시키는 것이었다.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야 알렸다.
허경환이 내뱉은 "내가 여자야?"라는 한마디가 이후 모든 것의 톤을 결정했다. 카메라 뒤에서는 하하가 대본을 쓰고 주우재가 조감독을 맡았다. 정준하는 비서,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 의사, 형사까지 1인 4역을 소화하며 전체 제작기의 장면 도둑으로 등극했다.
김성균 대 하하—아무도 원하지 않은 작가와 배우의 신경전
방송된 대본 리딩 장면이야말로 이번 에피소드의 진짜 하이라이트다. 기생충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한 김성균이 대본을 펼치자마자 웃음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예능 제작의 혼돈 속에서 하하가 급조한 대사들은 막장 멜로와 비의도적 개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했다. 김성균의 반응은 계산된 것이 아닌, 진심 어린 것이었다.
이후 배우와 작가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리딩 내내 이어진 김성균의 참을 수 없는 웃음—무의식적인 미소, 한 박자 길게 늘어지는 정지—은 하하의 창작 선택에 대한 정중한 회의감으로 읽혔다. 하하는 자신의 작품에 완벽한 확신을 가진 작가의 품위를 유지했다. '이걸 쓴 사람'과 '큰 소리로 읽어야 하는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이 장면의 코미디 엔진이 됐다.
실제 촬영 중 김성균이 대사를 뭉갰다. 그의 경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대사를 틀렸어요"라고 솔직히 인정한 그는 자신의 실수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유재석의 반응은 특유의 격려였다. "완벽했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김성균이 캐릭터 분석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항변하자 유재석은 단호하게 답했다. "연기하면서 하세요."
이 교환이 살아 있는 건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진지하게 대하는 배우의 진짜 좌절감, 불가능한 시간 제약 속에서 분투하는 감독의 진짜 응원, 서로를 충분히 신뢰하기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진짜 케미스트리.
유재석의 연출 스타일: 격려와 혼돈, 그리고 한 치의 시간 낭비도 없음
유재석의 감독 데뷔를 볼만하게 만드는 건 MC로서의 본능—공감 능력, 너그러움, 빠른 웃음—과 8시간 안에 완성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자의 요구 사이의 대비다. 따뜻하게 연출하면서도 30년 동안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터득한 사람의 철칙이 공존했다.
배우들을 향한 "이 톤이 좋아요. 이게 제 비전이에요"라는 지시는 진심 어린 미학적 지침과 예능 특유의 혼돈이 뒤섞인 것이었다. 김석훈과 김성균이 촬영 중 웃음을 참지 못하자 유재석은 이를 NG가 아닌 소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그의 열정은 전염성이 있어, 처음엔 회의적이었던 배우들도 결국 의심했던 장면에 완전히 몰입하게 됐다.
제작의 초현실적 품격에 기여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었다. 세트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황정민이 즉흥적으로 내뱉은 대사 한 줄이 그대로 대본에 들어갔다. 어느 캐릭터의 대사로 활용된 그 한 마디는 하하가 원래 그 장면을 위해 쓴 어떤 대사보다도 더 잘 맞았다고 전해진다.
백지영의 깜짝 OST 참여와 꿈의 음악팀
단막 멜로드라마에는—아무리 코미디적 요소가 가득해도—진지하게 임한 OST가 필요하다. 이 작품은 그 부분에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하하가 드라마를 위해 자객의 단어라는 오리지널 곡을 작곡했다. 여기에 뒤질세라 유재석은 AI를 활용해 경쟁 트랙 끝까지 못한 말을 제작했다. 록 발라드였다.
두 곡의 경쟁은 아무도 예상 못 한 인물의 등장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불리는 백지영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 목소리를 보태기로 한 것이다. 하하의 곡을 듣자마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노래가 좋아요. 많이 들었어요. 이런 단조 노래가 요즘 잘 없거든요. 라임이 완전히 시적이에요." 그러나 스스로의 보증을 곧바로 뒤집었다. "근데 제 감이 틀려요. 제가 좋다고 하면 보통 안 되더라고요. 하기 싫었던 노래들이 결국 차트에 올랐거든요."
결국 백지영은 두 곡 모두 녹음하기로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세션 뮤지션으로 합류해 예산과 일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하루도 채 안 걸려 촬영한 드라마에 대작 수준의 음악이 붙는 이 간극이야말로 놀면 뭐하니?가 10년 가까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다.
단막 드라마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뺏기로 했다의 완성본은 놀면 뭐하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됐다. 예능 편집 없이 단막 드라마만 순수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멜로로서 스스로 서는지—그 판단은 유재석, 김성균, 하하가 시청자에게 공식적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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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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