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은 코로나로 쉬었다. 하하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런닝맨 800회 — 개근 기록을 세운 건 오직 한 명뿐

2026년 4월 26일, SBS 《런닝맨》이 800회를 맞이했다. 이 기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는 정작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당사자들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다. 800회 기념 스페셜 촬영에서 MC 유재석은 멤버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진짜 800회의 주인공은 하하뿐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이 건넨 따뜻한 찬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사실이었다. 2010년 7월 11일 첫 방송 이후 16년 동안 런닝맨 멤버 중 적어도 한 번은 결방한 적 없는 사람이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유재석 본인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한 차례 촬영에 불참했다. 20회 이상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시상을 받았고, 가장 믿음직한 TV 얼굴로 꼽히는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팀의 근육 담당 김종국은 신혼여행으로 한 번 자리를 비웠다. 지석진, 송지효, 양세찬도 모두 결방 기록이 있다. 하하만 없다. 16년, 800회 연속 — 그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미혼일 때도, 신혼일 때도, 한 아이의 아빠로, 두 아이의 아빠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뒤에도. 포맷이 바뀌고 멤버가 교체되고,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이 기록은 단순한 개인적 일화에 그치지 않는다. 런닝맨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방영된 예능이자, 만만치 않은 환경 속에서도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 자리를 지켜온 비결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예능을 집어삼키는 방송 환경에서 800회를 버텨내다
800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같은 시기에 살아남지 못한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봐야 한다. 많은 시청자가 2000~2010년대를 대표하는 예능으로 꼽는 MBC 《무한도전》은 13년간 방영되다 2018년 약 563회를 끝으로 조용히 종영했다. 하하 자신이 예능인으로 이름을 알린 《X맨》은 2007년 종영했다. 《강심장》, 《윈윈》, 《스타 골든벨》 — 한때는 모두 진짜 히트작이었지만 이제는 역사가 됐다.
런닝맨은 이 모두를 넘어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동시간대에서도 여전히 선전하고 있다. 올해 시청률 4.6%는 스트리밍 시대의 일요 예능 포맷으로서는 의미 있는 수치다. 2024 SBS 연예대상에서 '온라인 인기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것은 런닝맨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시청자를 흡수하면서도 기존 팬층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한 장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과다.
런닝맨은 해외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초창기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거대한 팬층을 구축했으며, 이 프로그램이 개척한 이름표 뜯기 게임 포맷은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세계에 각인됐다. 현재도 유튜브와 지역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해외 팬들이 유입되고 있으며, 이 국제 시청자층은 2010년대 초 국내 시청률 절정 이후에도 프로그램 제작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하하의 16년 — 회차마다 기록된 한 사람의 인생
하하의 기록이 단순한 통계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개인적인 이야기 때문이다. 런닝맨 첫 방송 당시 하하는 2001년 그룹 직킬리로 데뷔해 《무한도전》 등에서 활약해온 30세 예능인이었다. 런닝맨은 그에게 다른 무언가를 안겨줬다. 매주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 —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그 사이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2년 런닝맨 촬영을 하면서 가수 별과 결혼했다. 2013년 첫째 아들 하드림이 태어났다. 촬영은 계속됐다. 2017년 둘째 아들 하율이 태어났다. 촬영은 계속됐다. 2019년 딸 하송이 태어났다. 세 번의 임신과 육아, 어린 자녀 셋을 키우는 숨가쁜 일상 속에서도 런닝맨에 대한 그의 헌신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2025 SBS 연예대상에서 15년 연속 개근 특별 공로상을 받은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집에서 모든 것을 받쳐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저는 런닝맨 안에서 세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드림아, 율아, 송아, 사랑해."
800회 기념 촬영에서 유재석이 건넨 "진짜 800회의 주인공은 하하뿐"이라는 말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었다. 앙상블 케미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 안에서, 한 멤버가 전적으로 '신뢰감' 하나로 자신을 정의해왔다는 공개적 인정이었다. 그 신뢰감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다. 일정이 빡빡하고 안정적인 활동이 당연히 요구되는 한국 예능계에서, 이것은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800회가 한국 예능의 '롱게임'에 대해 말하는 것
800회 달성은 한국 예능 TV가 흥미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 찾아왔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시청자 행동을 바꿔놓았다. 글로벌 콘텐츠와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런닝맨이 일요 저녁을 국민적 약속으로 만들었던 시절의 집단적 시청 문화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은 적응해왔다. 양세찬, 지예은 등 새 멤버 합류는 핵심 케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앙상블을 신선하게 유지했고, 게임 포맷도 진화했다. 해외 팬베이스는 덤이 아닌 프로그램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
하하의 개근 기록은 이 모든 것의 중심에서 하나의 메시지처럼 자리한다. 새로움과 화제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업계에서, 800회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한다는 것은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무언가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선언이다 — 반드시 탁월함이나 혁신이 아닌, 꾸준한 존재감. 카메라가 돌고, 미션 브리핑이 시작되고, 이름표가 다시 한 번 나눠지는 그 순간마다, 거기 있겠다는 의지.
800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런닝맨은 이미 801회 촬영에 들어가 있었다. 한 멤버의 연속 기록은 계속된다. 이 기록이 곧 끊길 것이라고 볼 뚜렷한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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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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