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멈추지 않겠다"던 약속, 50년 뒤 증명된 진심
한국 발라드 거장이 CJ ENM 오픈뮤직 신진 작곡가 8명과 함께 50주년 기념 앨범 박수를 발매했다

"50년의 세월이 모두 기억난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인터뷰실에서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최백호는 차분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슬픔의 시간도 있었다. 상을 받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후회도 많았다. 모든 것을 그만둬야겠다고 느낀 순간들도 있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음악을 선택할 것 같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2026년 7월 24일, 그의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 박수(Baksu)가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한국 대중음악에 50년 동안 쉼 없이 헌신한다는 것은 진정 어떤 모습인가?
그 해답은 최백호가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작곡가들과 함께 쓴 8곡의 트랙에 담겨 있다. 박수는 기성 멘토와 신진 작곡가를 연결하는 CJ ENM의 '오픈 뮤직(O'PEN Music)' 프로그램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JAYINS, 문정욱, 이연, SAMIN, Cody J, JUHWAN, All Day On 등 8명의 오픈 뮤직 출신 아티스트들이 이번 앨범에 곡을 보탰다. 이는 2022년 첫 협업 이후 최백호와 오픈 뮤직이 손을 잡은 두 번째 사례다. 이들의 관계는 상업적 의미의 계약이 아니다. 최백호 스스로 표현했듯, 음악으로 승화된 멘토링이다.
멈추기를 거부한 목소리, 50년의 기록
최백호가 데뷔한 1976년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모습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시대였다. 그가 정립에 기여한 발라드 장르—애틋하고 선율적이며, 그리움과 기억의 질감에 깊게 뿌리를 둔—는 음악계의 판도가 바뀌기 전까지 약 20년 동안 주류를 차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댄스와 랩 음악이 몰려오면서 고전적인 구조의 발라드는 주류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최백호와 같은 시대의 수많은 아티스트가 사라졌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대신 변화를 선택했다. 보스턴 버클리 음악대학에 입학해 2000년 학위를 취득한 그는, 기존의 목소리에 새로운 음악적 도구를 더해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재즈적 프레이징과 클래식한 질감을 라이브 공연에 접목하기 시작했고, 그의 발라드를 듣고 자라난 팬들이 그가 한 단계 더 나아간 음악을 들을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작품의 정서적 핵심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진화하려 했던 이러한 의지는,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낭만에 대하여'가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리스너들에게 끊임없이 발견되는 곡이 되게 했다. 이번 앨범에는 이러한 음악적 연속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낭만에 대하여 (50th Anniversary)' 버전이 새롭게 수록되었다.
76세의 나이에도 최백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작곡과 연습을 한다. 이는 단순히 프로필에 적힌 일화가 아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직접 답한 내용이다. 반세기 동안, 그의 음악적 규율은 멈춘 적이 없다.
O'PEN Music의 의미 — 그리고 이 파트너십이 성사된 이유
CJ ENM은 드라마, 영화, 음악 전반에 걸쳐 신진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려는 광범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 '오픈 뮤직(O'PEN Music)'을 론칭했다. 10년이 흐른 지금, 이 프로그램은 115명의 작곡가를 배출하며 600곡 이상의 음원 발매를 도왔다. 배출된 인재들은 K-팝부터 TV OST, 인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2026년 초에는 제8기 모집을 시작하며, 신인 작곡가와 업계 멘토를 매칭해 작곡, 믹싱, 레코딩 및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한 집중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기존 모델을 이어갔다.
최백호는 지난 10년 중 9년 동안 오픈 뮤직의 대표 멘토로 활동해 왔다. 새벽 6시에도 곡을 쓰는 베테랑이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는 후배 작곡가들을 이끌어온 이 관계야말로 이번 앨범의 실질적인 핵심이다. 앨범 <박수>의 수록곡 중 SAMIN이나 Cody J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곡들은 단순히 기획사 임원의 매칭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76세의 한국 발라드 아이콘과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작가 세대가 9년 동안 정기적으로 교감하며 이뤄낸 결실이다.
오픈 뮤직 프로그램 통계 막대그래프: 작곡가 115명 배출, 600곡 이상 발매, 최백호 앨범 <박수> 참여 작곡가 8명, 프로그램 운영 10년 CJ ENM 오픈 뮤직: 숫자로 보는 10년 (2016–2026) 배출 작곡가 115명 발매 곡수 600+ 이상 운영 기간 10년 <박수> 앨범 참여 작곡가 8명 (전체 배출 인원 115명 중)
더블 타이틀곡인 "박수"와 "여광"은 이번 앨범의 중심축으로서, 전체 디스코그래피를 슬픔이 아닌 축하의 대상으로 재정의한다. 한국어 단어 "박수"는 말 그대로의 박수 소리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바라보며 '이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라고 인정하는 깊은 문화적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낭만에 대하여"의 50주년 재녹음 곡은 한층 더 희귀한 가치를 지닌다. 이는 아티스트의 가장 유명한 곡을, 훗날 한국 음악의 향후 50년을 정의할 곡들을 써 내려갈 차세대 창작자들의 작업물과 같은 앨범 안에 나란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점: 베테랑과 신예의 협업이 늘어나는 이유
박수의 협업은 기존 레거시 아티스트와 신진 창작자 사이의 간극이 생산적인 방식으로 좁혀지고 있는 한국 음악 산업의 광범위한 흐름을 반영한다. K-팝의 글로벌 부상은 신인들을 위한 거대한 상업적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동시에 산업의 중심을 '데뷔, 히트, 다음'으로 이어지는 짧은 사이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오펜 뮤직(O'PEN Music)과 같은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멘토십 경제는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는 화제성보다는 숙련도를 우선시하며, 더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형태의 성장을 지향한다.
Baksu에 참여한 여덟 명의 오펜 뮤직(O'PEN Music) 작곡가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업계의 일반적인 기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로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해석의 깊이를 쌓아온 가수를 위해 곡을 쓸 기회를 얻은 것이다. 50년간 라이브 무대를 통해 다져진 76세 가수의 목소리가 곡에 스며드는 순간, 노래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변한다. 이는 스트리밍 알고리즘이 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차트나 데이터 대시보드를 통해서도 전수될 수 없는 지식이다. 대신 이는 최(Choi)와 오펜 뮤직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온 깊은 유대감을 통해 온전히 전달된다.
7월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제주, 경기, 대전, 경남으로 이어지는 50주년 기념 콘서트 투어 역시 이번 앨범과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 콘서트의 부제는 "낭만의 50년, 시간의 흔적을 노래하다"이다. 그 흔적은 실재한다. 그리고 이번 주, 앨범이 발매된 날 그 흔적은 다시 한번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한국 대중문화의 50년: 한 시대를 정의한 노래들
최백호의 50년 활동 이력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데뷔하던 당시 한국 대중음악의 풍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한국 음악계는 정치적 검열과 제한적인 라디오 방송 환경, 그리고 현대 K-팝 산업 모델과는 거리가 먼 열악한 인프라 등 상당한 제약 속에서 운영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최백호는 한 명의 발라더로서 등장했다. 그는 단 하나의 목소리와 경청하는 청중 사이의 공간에서 가장 명확한 정서적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가수였다.
그의 초기 커리어는 바로 그 명확함을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 올렸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국 특유의 애틋한 이상주의에 가까운 정서적 무게를 지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낭만에 대하여'와 같은 곡들은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세대뿐만 아니라 이후 이 곡을 재발견한 세대에게까지 시대의 찬가가 되었다. 이 곡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곡의 구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 번만 들어도 기억될 만큼 단순한 멜로디, 그리고 대다수의 리스너가 느끼지만 차마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을 건드리는 가사가 그 핵심이다. 이 시대의 한국 발라드는 대개 이런 방식으로 작동했다. 구체적인 것을 통해 보편성에 다가갔으며, 살아남은 곡들은 그 곡들이 포착한 감정이 수십 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여전히 유효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새 앨범에 수록된 "낭만에 대하여 (50th Anniversary)"는 흥미로운 지점을 시사한다. 이 곡은 원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50년의 세월을 더한 목소리로 다시 기록함으로써, 음향적인 리모델링이 아닌 깊이의 확장을 통한 색다른 방식의 업데이트를 선보인다. 리스너는 원곡과 그 잔향, 즉 젊은 시절의 목소리와 반세기 동안 매일 새벽 6시를 깨워온 목소리를 동시에 마주하도록 초대받는다. 이러한 시간의 층위야말로 단순한 재발매와 50주년 기념 녹음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다.
더 넓은 의미: 한국 음악계의 세대 간 지식 전수
O'PEN Music과의 협업은 앨범의 성과와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하다. 최백호라는 거물이 자신의 손주뻘 되는 작곡가들을 멘토링하는 데 9년이라는 시간을 헌신했다는 사실은, 어떤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 전수할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선택을 의미한다. 발라드 작곡의 기술적 어휘,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선율을 쓰는 법, 수십 년간 목소리를 유지해 온 연습 습관 등 한국 음악의 제도적 기억은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음악 교육 과정이 자동으로 보존하지 않는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가르치는 이들에 의해 비로소 계승된다.
CJ ENM이 '오픈 뮤직(O'PEN Music)'을 통해 이를 체계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가 단순히 차세대 퍼포머를 배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앞선 세대가 쌓아온 깊이 있는 유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달려 있다는 통찰을 반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115명의 작곡가는 단순히 곡을 쓰는 이들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은 최백호의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계승하는 이들이다. 이들 중 한 명의 작곡가가 앨범 박수에 참여한 곡이 최백호의 목소리로 해석되는 것을 듣는 순간, 그들은 그 어떤 강의실에서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는 차원의 교육을 경험하게 된다.
박수를 뜻하는 앨범명 '박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데뷔 50년 차 아티스트가 자신에게 박수를 요청한다면 자칫 허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백호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방식처럼, 팬들과 협업자들,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지켜온 차세대 창작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면 이는 훨씬 더 너그럽고 흥미로운 울림을 준다. 콘서트 타이틀인 "낭만의 50년, 시간의 흔적을 노래하다"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시간의 흔적을 노래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찬미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외부를 향한 증언의 행위다.
이번 새 앨범은 한국의 가장 권위 있는 공연장 중 하나인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날과 동시에 발매된다. 공연은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 경기, 대전, 경남으로 이어진다. 첫 히트곡이 관객 중 상당수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76세 가수가 5개 도시 투어를 진행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다. 공연장을 가득 채울 관객은 1980년대 라디오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들었던 세대부터 작년에 스트리밍 알고리즘을 통해 이 곡을 접한 세대까지 아우를 것이다. 이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폭넓은 관객층이야말로 그의 50년 음악 인생을 증명하는 진정한 지표다.
결론: 반세기에 걸친 헌신의 진정한 의미
커리어를 앨범 주기와 스트리밍 정점으로 측정하는 음악 산업에서, 최백호의 데뷔 50주년은 단순히 축하받는 일을 넘어 면밀히 살펴볼 가치가 있는 이례적인 사례다. 새 앨범 백수는 과거를 회상하는 회고록이 아니다. 이는 신예 작곡가들과 함께 쓴 8곡의 신곡과 클래식 곡 한 곡의 재녹음, 그리고 과거를 매듭짓기보다 새로운 장을 여는 더블 타이틀곡을 담은 '진행형 기록'이다. 76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곡을 쓰고, 후배를 양성하며, 무대에 오르기로 한 그의 선택은 음악이라는 작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K-팝의 글로벌 전성기는 활동 기간이 10년 미만인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트레이닝 시스템, 글로벌 유통, 팬 참여 메커니즘에 이르는 인프라는 매우 정교하게 발달해 있다. 하지만 50년간 끊임없이 이어져 온 장인 정신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카탈로그는 현재 K-팝이 가질 수 없는 영역이다. 최백호는 바로 그 깊이를 상징하며, O'PEN Music과의 파트너십은 단순히 음악을 기록(archive)하는 것을 넘어 이를 전수(transmit)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기록된 음악은 역사가 되지만, 전수된 기술은 영향력이 되기 때문이다.
앨범 Baksu가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스트리밍 기록을 경신하고,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수상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앨범의 가치는 그 구성 자체만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76세의 한국 발라드 가수가 차세대 작곡가들을 멘토링한 지 9년 만에, 5개 도시 기념 콘서트 투어를 시작하는 날 신보를 발매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와 미래에 주목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사실들의 조합은 그 어떤 차트 순위보다 더 흥미로운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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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Charts & Data Analyst · KEnterHub
Music data analyst turned journalist. Im Garam covers K-pop through the numbers — chart performance, album sales, streaming milestones and touring economics — and writes the deep-dive reviews and industry analyses that put those numbers in con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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