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귀환: 한국 영화, 2026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강타하다
영화제 최고 섹션에 한국 영화 3편 동시 선정 — 포스트 기생충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

영화계에서 8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2018년 작 버닝 이후 이창동 감독이 거의 10년 가까이 영화계를 떠나 있었을 때도, 업계 관계자들 중 그의 복귀가 단순한 재개가 아닌 하나의 '선언'이 될 것임을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 선언은 지난 7월 21일,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가 2026년 라인업을 발표하며 현실이 되었다. 무려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영화제의 가장 권위 있는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발표는 2020년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쓴 이후 많은 관측통이 직감해온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 영화는 더 이상 세계적인 영화제에 환영받는 '손님'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제는 주인공(headliner)이다. 이제 질문은 한국 영화가 업계 최고 영예를 안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과연 어떤 한국 영화가, 어느 해에, 어떤 경로를 통해 그 영예를 거머쥘 것인가로 바뀌었다.
글로벌 위상의 기준을 정립하는 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는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이자 칸,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적인 위상을 결정짓는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들의 가장 기대되는 신작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는 이곳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켜 왔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TIFF 상영을 기점으로 오스카 캠페인에 불을 지피며 봉준호 감독을 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려놓았다. 2022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지난해에는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 뉴스가 그 명맥을 이어갔다.
2026년, 세 편의 한국 제작물이 동시에 이 계보에 합류한다. 이는 한국적 스토리텔링에 대한 지속적인 글로벌 수요와 세계 최정상급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자본 지원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례 없는 집중 현상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 세 명의 감독이 연출한 세 편의 영화가 같은 해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의 상위 두 섹션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수치 자체만으로도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음을 증명한다.
2019년, 2022년, 2025년 각각 한 편의 한국 영화가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 특별 상영 부문에 진출했으며, 2026년에는 두 편으로 늘어나 역대 단일 연도 최다 기록을 세울 전망임을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한국 영화: TIFF 특별 상영 0 1 2 1 2 2019년 기생충 1 2022년 헤어질 결심 1 2025년 굿 뉴스 2 2026년 역대 최고 기록
세 편의 영화, 세 명의 감독, 세계적 인정을 향한 세 갈래 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는 올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상징하며, 8년이라는 기다림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그의 2018년 작 버닝은 칸 영화제 FIPRESCI(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 9편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기생충 이전의 일이다.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거나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기 전이었다. 돌이켜보면 버닝은 하나의 전조였다.
전통적인 스튜디오 투자 유치 실패를 포함해 약 8년 동안 이어진 개발 난항 끝에, 영화 가능한 사랑은 결국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서로 상반된 계층에 속한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협업하며 얽히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 전도연을 비롯해 설경구, 조인성, 그리고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조여정이 합류했다. 카메론 베일리 TIFF(토론토 국제 영화제) CEO는 이 작품을 부부 관계와 계층, 그리고 영화 그 자체를 깊이 있게 탐구한 강력한 작품이라고 극찬하며, 이번 작품이 이창동 감독을 당대 최고의 거장 중 한 명으로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고 덧붙였다. 2시간 4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그동안 이창동 감독의 커리어를 관통해 온,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형식적 야심을 담아내는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예고한다.
특별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는 이 감독의 작품과 더불어 연상호 감독의 파라다이스 로스트가 관객을 맞이한다. 부산행(2016)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을 연출한 연 감독은 이번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어두운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실종된 아들을 AI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 역은 지옥 이후 연 감독과 다시 맞붙은 김현주가 맡았다. 9년 뒤 실제 아들이 돌아오면서, AI 시뮬레이션과 실제 인물 사이의 괴리가 영화의 핵심적인 공포로 부상한다. 약 5억 원(미화 약 36만 달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국 장르 영화 감독들의 놀라운 전통을 이어간다. 이 작품은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선보인 뒤, 오는 10월 한국 극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 번째 선정작은 논의의 지평을 더욱 넓힌다. T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발생한 영부인 피살 미수 사건을 극화한 작품으로,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출연한다. 국내 추석 연휴 개봉을 목표로 하는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국제적 스토리텔링에서 점점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역사 드라마의 한 축을 보여준다. 바로 현대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그 여파가 남아있는 197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적 격동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라는 질문: 스트리밍 자본이 한국 작가주의 영화에 미치는 영향
올해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 선정작들 이면에 흐르는 가장 중대한 맥락은 바로 자본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많은 수상을 거머쥔 거장 중 한 명인 이창동 감독은 신작 〈가능한 사랑〉를 위해 전통적인 스튜디오 투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렸다. 이는 결코 이례적인 사례가 아니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이후, 넷플릭스는 장르물부터 프리미엄 드라마, 그리고 이제는 예술 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제작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상업적 소구력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들에게 이 플랫폼은 흥행 예상치로 예술적 모험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는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그 대가로, 〈기생충〉이 전 세계 극장가에서 수주간 입소문을 타며 문화적 동력을 쌓았던 것과 같은 지속적인 극장 상영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배급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부분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넷플릭스 공개 전 한국에서 일정 기간 극장 상영을 진행함으로써, 제출국의 극장 개봉을 필수 요건으로 하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자격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의 위상을 충족하면서도 오스카를 겨냥한 실리적 측면과 스트리밍 수익을 통한 경제적 지속 가능성까지 잡은 이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 프리미엄 영화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전통적인 극장 개봉 방식만큼의 비평적 열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이창동 감독의 복귀와 관련해 남겨진 핵심 과제다. 오스카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 또한 필수적이다. 스트리밍 방식은 과거 버닝이 수개월간의 영화제 순회 상영을 통해 쌓아 올렸던 지속적인 관심을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예외에서 표준으로: 2026 TIFF가 시사하는 한국 영화의 글로벌 위상
2026년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 선정된 이 세 작품은, 복수 스릴러나 형식적으로 파격적인 멜로드라마의 발원지라는 초기 국제적 정체성을 넘어 비약적으로 확장된 한국 영화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창동은 K-팝이나 한국 드라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평론가와 프로그래머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는 '프레스티지 작가주의' 전통을 대변한다. 연상호는 공포, SF, 심리 스릴러를 넘나들며 낮은 예산으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장르 영화의 글로벌한 야심을 구현한다. 허진호는 오늘날까지도 한국 사회를 형성하는 정치적 시대 상황에 뿌리를 둔 사극을 선보인다. 이 세 감독의 결합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한국 영화의 깊이를 시사한다.
글로벌 영화 산업은 2020년대 초반 상당 기간 동안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정점에 도달했는지, 혹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는지를 두고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나 2026년 TIFF는 그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한국 영화는 정점에 도달한 것도, 정체된 것도 아니다. 장르와 예산, 플랫폼, 그리고 창작 전략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다각화해 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단일한 지표만으로는 한국 영화의 글로벌 위상을 온전히 측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개별 수상 실적이나 박스오피스 기록보다 더 중요한 2026년 한국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다양화'에 있다.
이번 시즌의 핵심 의문은 이 세 편의 영화 중 어느 작품이 기생충이 이뤄낸 오스카의 돌파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능한 사랑은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시도로 보인다. 이창동 감독의 명성, 베니스 영화제 동시 개봉, 이전 오스카 수상자를 포함한 출연진, 그리고 전략적인 자격 요건 충족을 위한 극장 개봉 일정까지 모든 요소가 본격적인 아카데미 캠페인을 향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업계 최고의 영예를 거머쥘 수 있음을 이미 증명했다. 2026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TIFF)는 그 증명을 위한 다음 캠페인이 시작되는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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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Entertainment Correspondent · KEnterHub
Senior entertainment correspondent with a wide-angle view of Korean show business. Seung Jung covers celebrity news, variety television and award season, and writes the interviews and features that connect individual stories to the larger currents of Korean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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