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6만 관객 돌파: '왕과 사는 남자', 팬데믹 이후 최고 기록 경신
장항준 감독 사극, 개봉 40일 만에 '베테랑' 넘기며 역대 박스오피스 7위 등극

'왕과 사는 남자'(애칭 '왕사남')가 한국 팬데믹 이후 박스오피스 역사를 새로 썼다. 2026년 3월 15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346만 7,838명을 기록했다. 2월 4일 개봉 이래 불과 40일 만의 성과다. 코로나19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되는 동시에,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록은 압도적인 추진력 속에서 달성됐다. 3월 13~15일 주말에만 125만 3,764명이 극장을 찾아, 개봉 6주가 지났는데도 관객의 열기가 전혀 식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장항준 감독의 웅장한 사극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무언가 깊은 것을 건드렸다. 업계 안팎에서 '왕사남 신드롬'이라 부르는 진정한 문화 현상이 된 것이다.
기록 경신과 역대 순위 진입
1346만 관객까지의 여정은 끊임없는 상승의 행진이었다.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7위를 지키고 있던 '베테랑'(2015)의 1,341만 관객을 넘어선 때다. 그 전에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던 '서울의 봄'도 제쳤다.
이제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순위표는 국민이 사랑하는 영화들의 명예의 전당이나 다름없다. 정상에는 1,700만 관객을 넘긴 전설적인 해전 영화 '명량'이 있고, 그 뒤를 코미디 열풍 '극한직업',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 감동 대작 '국제시장'이 잇는다. '왕과 사는 남자'는 이 거인들 사이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로서는 놀라운 업적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달성 속도다. 40일 만에 1346만 관객은 개봉 주말 화제성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졌고, 관객들은 재관람에 나서는가 하면 처음엔 망설이던 가족과 지인을 데려오기도 했다.
시대를 꿰뚫는 이야기: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
영화는 조선 역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 가운데 하나인 1457년을 배경으로, 단종이 외진 강변 마을 청령포로 유배된 이야기를 그린다. 숙부 수양대군(훗날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단종은 고독 속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야 했다. 수백 년간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이야기이지만, 장항준 감독은 폐위된 왕의 몰락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가 아니라, 유배 시절 형성된 인간적 유대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했다.
유해진은 유배된 왕을 돌보게 되는 평범한 백성 역할로 명연기를 펼쳤다. 유머와 깊은 감정적 진정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그의 특기가 영화를 받쳐주며,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고루 선사한다. 상대역 박지훈의 단종 연기는 커리어를 대표할 명장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평가와 관객 모두 모든 것을 잃고도 인간성만은 포기하지 않는 왕의 위엄, 취약함, 고요한 강인함을 전달하는 젊은 배우의 역량을 극찬했다.
조연진도 만만치 않다. 유지태는 묵직한 존재감을 더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사랑받는 전미도는 절제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요구하는 사극 무대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앙상블 전체가 단순한 사극을 넘어 국민 이벤트 영화에 가까운 품격을 만들어냈다.
'왕사남 신드롬'이 만든 파급 효과
영화의 문화적 영향력은 멀티플렉스 밖으로 널리 퍼졌다. '왕사남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일상 대화에 들어왔고, 영화와 그 역사적 소재를 향한 대중적 열광의 물결을 설명하는 데 쓰이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로의 관광이 급증했다. 단종이 마지막 날들을 보낸 바로 그 땅을 걷고 싶어 하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은 극적인 활기를 되찾았고, 영월군은 특별 전시와 가이드 투어로 영화와의 인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지훈의 위상도 이 연기를 통해 크게 올랐다.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배우였지만, 인기가 새로운 차원에 도달했다. 4월 팬미팅이 발표됐고, 성장하는 팬층의 기대감은 벌써 뜨겁다. 단종을 향한 섬세한 해석은 한국 영화사 최고의 명연기들과 비교되며, 시상식 시즌에 주요 수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장항준 감독도 커리어의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영화가 불러일으킨 호의가 워낙 커서, 전작 농구 영화 '리바운드'의 재개봉이 4월 3일로 확정됐다. 감독의 이야기 세계를 더 탐험하고 싶은 관객이 극장으로 몰려올 것이라는 배급사의 확신이 반영된 결정이다.
이 숫자가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의미
이번 흥행 성적의 중요성은 단순한 기록 자랑을 넘어선다. 팬데믹 기간 스트리밍의 폭발적 성장 이후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고전해 온 업계에, '왕과 사는 남자'는 극장 영화의 쇠퇴라는 서사에 맞서는 강력한 반증이 됐다. 적절한 이야기와 적절한 연출이 만나면 한국 관객이 놀라운 규모로 극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성공은 사극이라는 장르의 변함없는 매력도 확인시켜 준다. 최근 몇 년 박스오피스에서 현대 스릴러와 장르 영화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지만, '왕사남' 현상은 한국 역사에 뿌리를 둔 이야기가 감성 지능과 영화적 야심으로 풀어낼 때 여전히 대규모 관객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주말마다 100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고 둔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업계 분석가들은 최종 관객 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주목하고 있다. 역대 순위 6위를 넘으려면 또 하나의 명작을 추월해야 하는데,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 도전이 이제는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현재 1346만 관객과 여전히 진행 중인 이 기록은, 최고 수준의 한국 영화가 지닌 힘의 증거다. 유배된 왕과 그를 돌본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온 나라가 반응할 만큼의 진심과 장인 정신으로 풀어낸 결과다. '왕사남 신드롬'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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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focused on Korean music, film, and the global K-Wave. Reports on industry trends, celebrity profiles, and the intersection of Korean pop culture and international aud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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