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아들, 그림책에 '이젠'이라 서명... "자신이 한국인인 줄 아는 것 같아"

2026년 3월 30일 게시된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나가 한국 연예 팬들의 눈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K-pop 컴백이나 드라마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후지타 사유리. 그녀가 공유한 것은 다섯 살 아들 젠이 직접 만든 그림책의 한 페이지였습니다. 페이지 하단에는 이렇게 서명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지음(BY ZEN LEE)."
사유리가 젠에게 "이(Lee)가 누구냐"고 묻자,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습니다. "제 이름이에요." 사유리는 웃음을 참으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젠이 자기가 한국인인 줄 아는 것 같아요."
지난 5년간 사유리와 젠의 이야기를 지켜봐온 이들에게, 이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스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작고 사적이며 전혀 꾸미지 않은 순간 — 바로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이토록 넓게 퍼져나간 것입니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일본인 스타
1979년 일본 오카야마에서 태어난 후지타 사유리는 2007년부터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거의 20년이 됩니다. KBS <글로벌 토크쇼>와 <원더풀 데이>에 출연하며 한국 방송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외국인 방송인 중 가장 유창하고 문화적으로 친숙한 인물로 자리잡았습니다.
사유리의 한국어 실력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준을 훨씬 넘어섭니다. 팬들은 그녀의 유머 감각과 감정 표현이 한국어에서도 완전히 자연스럽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는 '일본인 패널'을 넘어 한국 대중문화 속에서 독자적인 존재감을 지닌 인물로 성장했습니다. 완전한 외국인도, 완전한 한국인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따뜻하게 자리 잡은 사람으로요.
그 '사이 어딘가'라는 특성이 중요한 이유는, 아들 젠이 자라고 있는 세계가 바로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았던 어머니가 되기까지의 여정
2020년, 사유리는 한국 전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41세였던 그녀는 폐경이 가까워졌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고 비혼 모(母)가 되기로 선택합니다. 당시 한국 법률상 미혼 여성은 법적 배우자 동의 없이 체외수정(IVF) 시술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일본으로 건너가 익명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했습니다.
기증자는 북유럽계 남성이었습니다. 2020년 11월 4일, 사유리는 일본 도쿄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젠(全) — '전체'와 '온전함'을 뜻하는 한자로, 여러 세계를 품고 자랄 아이에게 마치 예언 같은 이름이었습니다.
2021년 초,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사유리와 젠을 출연자로 섭외하자 3,200명 이상이 출연 반대 청원에 서명했습니다. 가족 프로그램에 적합하지 않은 가족 형태라는 이유였습니다. KBS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가구의 7.3%가 한부모 가정"임을 밝히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저희 프로그램의 슈퍼맨은 아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만나는 영웅을 뜻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었고, 사유리와 젠은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새로운 팬층을 넓혀 나갔습니다.
언어와 문화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
이제 다섯 살이 된 젠의 일상은 조용히 놀랍습니다. 서울에서 자라며 학교와 거리에서 한국어를 익혔지만, 사유리는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 일본어로만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어가 아이의 모국어를 밀어낼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전략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025년 11월 방송에서 사유리는 다섯 살 젠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무려 다섯 개 언어를 구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어는 학교와 주변 환경에서, 일본어는 집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로 배웠습니다. 나머지 언어들은 미디어 노출과 다섯 살짜리답지 않은 놀라운 호기심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일본인 어머니와 서양계 생물학적 아버지를 두고 한국 문화 한가운데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매일의 삶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젠은 그 질문에,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름 뒤에 '이(李)'를 붙이는 가장 자신감 넘치는 방식으로 답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된 그림책
3월 30일 화제의 중심이 된 그림책 제목은 《내 강아지가 좋아요》. 젠이 직접 만든 작은 그림책으로, 아이와 강아지 그림이 가득합니다.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이들의 그림책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작품입니다.
그것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표지에 적힌 이름이었습니다. 일본 출생증명서의 '후지타 젠'도, 어머니가 부르는 '젠'도 아닌, '이젠(Zen Lee)' —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붙여진 한국 성이었습니다.
사유리는 사진과 함께 더 개인적인 이야기도 공유했습니다. "어릴 때 제 취미가 그림책 만들기와 글쓰기였어요. 젠이 그림책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제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렇게 보면, 이 순간은 단순한 정체성 혼동을 넘어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언어와 국적, 이 특별한 모자(母子)를 이 순간 서울로 이끈 모든 복잡한 사연을 건너 — 한 어머니가 자녀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팬들의 반응: 이 이야기가 울림을 주는 이유
한국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따뜻했습니다. 네이버, 인스타그램, 연예 커뮤니티 곳곳에서 "너무 귀엽다", "심쿵", "제일 공감된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한국 학교를 다니고 한국 TV를 보고 온종일 한국어에 둘러싸여 자란 아이라면 한국을 자신의 주된 정체성으로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출생증명서에 뭐라 적혔든 상관없이요.
더 큰 맥락을 짚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2020~2021년 사유리의 사례는 미혼 여성의 IVF 접근권 확대를 둘러싼 국내 논쟁에 직접적인 불씨를 당겼고, 일부 정치인들은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그녀의 사례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 논쟁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이제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쓰고 있습니다.
사유리는 젠의 성장을 사회적 메시지로 포장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하듯, 경이로움과 가끔의 당혹감, 그리고 넘치는 사랑으로 아이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하나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한국 가족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그리고 한국에서 집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의를 조용히 넓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
사유리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하며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젠은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완전히 확신하는 아이답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李)'를 계속 쓸지,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또 다른 답을 찾을지 모르지만, 그 그림책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직접 만든 작고 소박한 그림책에 크게 적힌 이름 하나. 서울 어딘가에서, 한 일본인 어머니는 자신이 기른 아이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나라에서 완전히 집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무대도, 차트도, 컴백 일정도 없는 — 올해 가장 조용히 뭉클한 K-엔터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다섯 살 아이와, 스스로 지어준 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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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Journalist · KEnterHub
Entertainment journalist specializing in K-Pop, K-Drama, and Korean celebrity news. Covers artist comebacks, drama premieres, award shows, and fan culture with in-depth reporting and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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